"This is Not a Photo.
This is a Hyperrealistic Oil Painting
이것은 사진이 아닙니다.
이것은 극사실적인 유화입니다."
김영성작가의 [무• 생• 물] 연작을 접하는 많은 이들이 작품을 사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와같은 설명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고화질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다니는 이 시대에 왜 작가는 이토록 치열하게 사실적인 그림을 고집하는 것 일까?
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대상이 아닌 개구리, 도마뱀, 금붕어와 같은 작은 동물들만을 그리는 것 일까?
[무• 생• 물]작품은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극사실주의 회화로 관객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진다.
˂ 無⦁生⦁物 ˃
무(無) -상실, 공허, 허무
생(生) -생물, 생활, 생존
물(物) -물리, 물건, 물질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인해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표현
하는 연작으로 생(生)과 물(物)의 오브제가 공존하는 현상을 광고사진의 느낌 또는 연
극적으로 연출하여 이를 냉철하게 분석해 나가고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
현대인의 허무함 등을 표현하고 인간들의 생명경시 풍토를 드러내 본다.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대했던 생물들, 채집 또는 구입하여 함께 했던 동물들의 구조적
인 아름다움, 신비한 색채들, 거기에서 오는 감흥과 기억들.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로
여겨지다가 어느 순간 눈길을 멈추게 하고 사색하게 만들고 마는 자그마한 생명체들.
생(生)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곤충, 물고기, 개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에서 그리
고 우리 안에 어항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을 실크 천위나 유리통 속에 금속 식기 위에
배치하여 이질적이지만 억지로 공존하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 진다. 물(物)의 메타포로
올려 진 천, 유리, 금속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캔버스 위에서 그들의 광채와 투영,
반사, 굴절 등의 특성으로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문명에서 생물의 의미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인간이 생각하는 생물은 어떤 의
미인지? 같은 환경 동시간대에 존재하지만 항상 상위지배구조 속에 식용 내지는 관상
용으로 대하는 생물들. 그 존재들도 확실히 한 생명체로서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음
에도 우리 인간들은 나름대로 정한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만 분명한 목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이러한 구조가 인간과 인간, 조직과 인간,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형성된다. 생물인 인간이 하나의 기능적인 물건으로 여겨지고 사용
되기도 한다.
실크 천위에 상품처럼 진열된 듯한 곤충, 뚜껑이 덮인 유리통 속의 물고기, 금속 수저
위의 개구리. 정지된 순간의 겉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모델
로서 그 동물들의 입장은 매우 답답하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듯 보여 지나 누군가 속을 훤히 들여
다 보고 있고 갑갑한 공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이
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의미 전달이나 현존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기록이 될 수 있는 냉철하면서도 회화적인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을 써 가며 조그만 동물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인다.
- 김 영 성 작업노트 -
1973년생
우리와 함께 살아가지만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놓치기 쉬운 작은 생명체들과 현대 물질문명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유리, 금속의 물건들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해 사진을 뛰어넘는 현실감으로
우리 사회에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이십년이 넘도록 [무• 생• 물]연작을 작업중이며 현재 뉴욕의 Waterfall Gallery, 런던의 Plus One Gallery, 비엔나의 Galerie Felix Hoeller 등의 대표작가로 활동하며 현대미술계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영성 작가의 작품은 상해 Long Museum, 싱가폴 Art Retreat Museum, 서울시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들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