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미술 대표 변재진
2017년 7월 개봉되었던 영화 중에 클림트의 작품을 주제로 한 "우먼 인 골드"라는 영화가 나치의 약탈미술품에 대한 주제를 실감있게 보여주었습니다. 마리아 알트만 (Maria Altmann)이라는 미국 L.A.에 사는 오스트리아 출신 한 유태인 여성의 고모가 클림트의 작품 속 모델이자 그림의 소유자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부인 (Adele Bloch-Bauer)입니다. 빈의 부유한 금융업자 부인이었던 아델레는 나치가 빈을 점령한 후 클림트의 그림들을 모두 나치에 몰수당하였고, 2차 대전 후에 초상화는 벨베데레 궁에 걸려 전시되게 된다. 나치에게 약탈 당한 고모의 그림을 되찾기 위해서 8년간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그림을 돌려주도록 요구하는 재판을 하여 승소를 하고 그림을 되찾는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나치 히틀러가 그림 수집광이었기 때문에 이차세계대전 중에 약 60만 점의 그림을 약탈했는데, 그 중 가장 귀중한 그림은 히틀러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에 계획된 제국 박물관 (Hitler’s planned Reichmuseum )의 건립을 위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나치의 총통미술관 계획도
이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히틀러는 약탈한 미술품을 소각하는 계획을 세웠고, 소련은 트로피 여단 (Soviet Trophy Brigades )을 만들어 나치약탈 미술품을 소련으로 가져갔고, 많은 예술품을 현재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약탈미술품을 감상하는 히틀러
나치의 약탈미술품 소각계획과 소련 트로피 여단의 미술품 수집에 대항하여 미국은 박물관 큐레이터, 예술가, 사서, 미술사학자들로 구성된 '기념물, 미술 및 기록 보관소' 프로그램 (Monuments, Fine Arts and Archives programme )을 만들었고, 이들은 베를린을 향해 동진하는 연합군에 투입되어 유명한 '모뉴먼츠 맨' (Monuments Men )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품 회수 작전 중 하나로 약 10만 점의 도난당한 작품과 서적을 회수하여 독일 내 수집 지점에서 분류한 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도난당한 국가로 송환하여 소유자에게 돌려보냈습니다.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모뉴먼츠 맨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1943년 런던 선언 (London Declaration )을 통해 중립국들에게 약탈한 예술품을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결과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적으로 나치 약탈미술품에 대한 국제적인 협상이 이루어졌습니다. 1998년 44개국과 협상한 나치 몰수 예술품에 관한 워싱턴 원칙 Washington Principles on Nazi-Confiscated Art I, 2009년 테레진 선언 Terezin Declaration), 가장 최근에는 2024년 3월 나치 몰수 예술품에 관한 워싱턴 회의 원칙 (Washington Conference Principles on Nazi-Confiscated Art)
그러나 여전히 나치 약탈 예술품을 다룰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국가와 기관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무엇이 '나치 약탈 예술' (“Nazi-looted art” )인지 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해결책'인지에 대한 기준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분쟁 해결은 종종 정의보다는 정치와 시장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치가 약탈한 예술품은 여전히 정기적으로 반환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스웨덴의 모더나 뮤지엄이 독일계 유대인 딜러 알프레드 플렉트하임 (Alfred Flechtheim)의 상속인에게 반환한 오스카 코코슈카 초상화 Oskar Kokoschka portrait (11월 12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040만 달러에 낙찰)가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술품 도난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가족들이 선조로부터 도난 당한 그림을 찾고 있습니다.
오스카 코코슈카 초상화 Oskar Kokoschka portrait
나치의 약탈 예술품 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