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2023년 9월 14일부터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화가 장욱진의 회고전은 호암미술관, 갤러리현대, 서울대학교 미술관, 인사아트센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지에서 열린 바 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대대적인 회고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품작은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점이며, 이는 역대 장욱진 회고전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여기에 오랫동안 화집 등에 실린 도판으로만 볼 수 있었을 뿐 전시에 거의 출품되지 않았던 <소녀>(1939), <새와 나무>(1961), <우산>(1961) 등과 일본에서 극적으로 발견되어 화제가 된 <가족>(1955)도 출품되는 등 여러모로 뜻깊은 볼거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화상>, 1951년, 종이에 유화 물감, 14.8x10.8cm,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뉘어지는데, 전시실 1층의 1부와 4부에서는 초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대별로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2층의 2부와 3부에서는 장욱진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소재들을 '내용'과 '형식'을 통해 접근하여 분석하고 장욱진의 작품세계에서 다루어진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들을 소개한다. 우선 제1부에서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도입부에 전시된 <공기놀이>(1938)는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서 사장상을 받은 작품으로, 미술학도 시절의 화풍을 알려주는 귀중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가 즐겨 다룬 한국적 생활상이라는 주제가 일찍이 확립되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한국전쟁 중 종군화가로 복무하면서 고향인 충청남도 연기(현재의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제작한 <자화상>(1951)은 그 스스로 해당 작품에 대해서 해설한 글이 함께 소개되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 외 피난시절의 고달픈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 <자갈치 시장>(1951), 당시에는 보기 어려웠을 커다란 자동차를 양옥집과 판자집 사이에 대담하게 배치한 <자동차 있는 풍경>(1953),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에 출품한 <나무와 새>(1957), 반투명한 물감을 자유롭게 펴 발라 그린 이색적인 추상화 <눈>(1964) 등도 흥미롭다. <나무와 산>, 1983년, 캔버스에 유화 물감, 29.7x29.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밤과 노인>, 1990년, 캔버스에 유화 물감, 41x31cm,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반면 제4부에 전시된 1980년대 이후의 후기 작품들은 치밀함보다 여유로움으로 나아간다. 별다른 바탕 칠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묽게 희석한 물감으로 쓱쓱 그린 <나무와 가족>(1982), <나무와 산>(1983), <수안보 풍경>(1986) 등은 문인화 또는 민화를 연상시키는 맑고 투명한 발색이 특징이며, 등장하는 소재도 산과 난초, 학, 신선 등 전통 미술에서 즐겨 다루어진 것들이 주로 채택되어 그가 한국인으로써 꿈꾼 이상향을 보여준다. 특히 세상을 떠난 해 완성한 <닭과 아이>(1990), <밤과 노인>(1990) 등에서 나타난 하늘을 나는 인물에서는 말년에 들어 더욱 큰 자유를 갈망한 그의 내면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재직 시절의 제자인 이만익이 그린 장욱진 초상화도 함께 전시되어 그가 교육자로 후학들에게도 존경받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진진묘>, 1970년,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x24cm,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가족>, 1976년, 캔버스에 유화 물감, 13x16.5cm,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그리고 제2부에서 장욱진의 치밀한 화면 구성력을 엿볼 수 있도록 일부 작품의 캡션에 구도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 점, 그가 일생에 걸쳐 즐겨 그린 까치 그림을 연대 순으로 배치하여 시기별 화풍의 변천을 요약한 점, 제3부에서 아내의 법명을 주제로 한 <진진묘>(1970) 등 불교적 주제의 작품들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가족> 연작과의 연관성에 주목한 점, 기존의 회고전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았던 먹그림과 판화집을 한 데 모아 소개한 점 등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아동화 같은 천진한 작품으로 인식되는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보다 폭넓은 시점으로 되돌아봄으로써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전시이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