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 브뤼트 (Art Brut)의 선구자 장 뒤뷔페는 테크닉이란 허울속에 감춰진 작품의 본질- "예술가들의 광기"에 집중한 인물입다. 아르 브뤼르는 한마디로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예술˝ 이라는 뜻이다.
아르 부뤼트는 1945년 장 뒤뷔페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창작작품을 지칭하는 말로 처음 사용하였다. 그 후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미술제도밖에서 창작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아르 뷔르트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 바로"아웃사이더 아트이다". 가공되지 않고, 원시적인 혹은 어린이 그림과 같이 형식적 단순성을 가지고 있는 순수한 형대의 예술과 유사합니다.
뒤뷔페는 아이들의 드로잉, 슬럼가 벽의 낙서,정통 미술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들의 그림, 정신이상자의 그림 등 제도권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과 즉흥적인 표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1945년 아르 뷔르트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아동, 정신질환자 등 미술계와는 동떨어진 사람들이 만든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유형의 미술을 장려하기 위해서 아르 뷔르트 컬렉션을 설립하였습니다.
악당들이 타고 가는 자동차(Automobile a la route noire), 장 뒤비페, 1964,
독학의 작가들에게는 상아탑을 거쳐 훈련된 작가들과는
또 다른 예술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단기간에 쏟아 붙는 사랑은 쉽지만
항상, 매일 같은 양의 사랑을 오랜 기간 동안
한결같이 주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스스로 배우고 익힌 Self Taught Artist를 존경한다.
그들의 사랑은 예술이라는 상대를 향해 뿜어내는
한결 같고, 진솔한 순도 100%의 사랑,
그것은 매일 같은 양의 사랑을 오랜 시간 동안
스며들게 하는 것과 같은 한결 같은 사랑이다.
- 장 뒤뷔페-
그렇다고 해서 친구랑 통화하면서 연필하고 이면지 하나 부여잡고
아무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그리는 낙서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애지중지 키우던 개새끼가 한마리 죽었는데, 그 개새끼 묻고 집으로 돌아와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그 개새끼가 보고 싶어져서 연필하고 이면지 부여잡고, 그 집에만 쳐박혀 살았던 개새끼의 불쌍한 견생을 생각하니 온갖 복잡미묘한 감정이 느껴져서 그걸 이면지에 그렸다면 그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임. 현재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당신의 진실한 감정을 담았다면 그게 바로 태초에 예술이 생겨난 의도에 부합하는 자연적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예술은 원래 "남들한테 나 잘났소라고 자랑할려고 생겨난게 아니다". 장 뒤뷔페는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한번도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던 무지렁이일 지라도 말이지. 뒤뷔페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건 아니였습니다. 원래는 예술가로 안팔려서 포도주 장사를 하다가 먹고 살 만 해지니고 나서, 문득 왜 나는 테크닉을 연마하고 그림을 열심히 그려도 잘 안되었을까?하는 질문에서 출발해 예술에 본질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뒤뷔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보통 사람들이 '또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창작물에 숨겨진 광기에 집중했습니다. 이들이 테크닉이나 대중적인 미적 기준으로 봤을 때는 확실히 모자라고 바보 같은 놈들인데 왠지 모르게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고, 계속 바라보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단 것을 파악했습니다.
테크닉 없는 놈들을 열심히 연구하고 요리조리 살펴본 끝에 장 뒤뷔페는 결론을 내린립니다. 중요한건 테크닉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광기'라고. 장뒤뷔페는'광기'야 말로 예술작품, 즉 예술가들이 가져야 할 유일무이한 필수품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부르는 '광기'의 정체는 이거이 엄청나게 애매모호하고, 부정적입니다. 그래서 '광기'는 안된다고 주장을 하고,반대를 하는 기성 예술가와 대중한테 뒤뷔페는 일갈하시며 가로되:
"당신들이 말하는 광기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만, 내가 생각하는 광기는 예술의 창작에 큰 도움을 주며, 그것 없는 예술은 예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광기를 그냥 미친거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 세상 그 누가 어느 누구에게 미친놈이라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정신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에는 밖에 있는 당신들이 미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입 다무세요" 라고 했습니다.
뒤뷔페는 기존 예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야 말로 순수하고 진실 된 창작을 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테크닉? 필요 없어요. 그런데 웃긴 것은 장 뒤뷔페의 그림 보면 테크닉 상당합니다. 왜냐하면 장 뒤뷔페는 제대로 미술교육 받은 분입니다. 이거 똑같이 그려 보라고 하면 기가 막히게 그릴 것입니다. 아무튼 장 뒤뷔페의 작품들 대부분이 아래와 같이 유치찬란하니 이건 뭔 초딩 낙서인가 싶겠지만...아래 예시를 든 그림들 다들 엄청나게 비쌉니다. 얼마나 비싸나면 그냥 엄청나게 비싸요. 이건 뭐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 보다 요즈음 미술시장에서도 장 뒤뷔페의 예술은 '광기'이라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장 뒤베페가 관심을 가진 작가 중에 빌 트레일러라는 흑인 작가가 있습니다. 대충 1850년대에서 1950년대를 살다 간 흑인노예 출신 소작농인데, 이 흑인이 평생 노가다를 하다 인생 말년 85세쯤 먹어서 할게 없어서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부터 3년 동안 1500장쯤 그렸는데 대충 요런 그림이다. 나 같은 미술 까막눈이 봐도 좋은 그림은 그냥 좋다. 평생 미술교육은 커녕 교육의 '교'자 근처에도 못 간 흑인 노예라 할지라도, 인생 말년을 회고하면서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광기를 방출하면, 예술 작품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장 미쉘 바스키아 같은 작가의 그림도 '아트 브뤼트'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