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뉴스온라인 대표 / 편집인 변재진
오늘은 10분짜리 짧은 다큐먼터리 영화 Glas를 소개합니다.
네델란드의 거장 베르트 한스트라 (Bert Haanstra)감독의 영화 Glas는1959년 다큐먼터리 비언어부문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한 아주 짧은 영화입니다. 겨우 10분짜리 다큐먼터리 영화가 오스카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의외적인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명대사나 해설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영화 상영 내내 음악만이 흐르고 아무런 감동적인 대사가 없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로얄 리담 유리공장 내부의 작업장입니다. 전반부에는 재즈 음악과 함께 1,000도 이상의 액화상태의 붉은 유리 원료를 대롱끝에 붙이고 전통적인 '유리불기' 기술로 불어가며, 꽃병이나 머그잔과 같은 화려한 유리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재래식 유리 제작 작업 장면이 나옵니다. 경쾌한 재즈음악 속에 대롱 끝에 유리재료를 넣어서 용광로에서 녹이고, 용해된 붉은 유리를 입으로 불고, 가위로 자르며 우아한 유리의 조형을 만들어가는 인간적인 재래식 작업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땀을 뻘뻘흘리는 노동자, 붉게 불타는 유리 재료를 온 힘을 다해서 불며, 위험천만한 유리를 불기 기술을 통해 아름다운 조형을 만드는 인간의 정성이 유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가면 무대는 기계화된 대량생산 유리공장으로 바뀌고, 기계가 등장하고 컨베이어 벨트에 따라 움직이는 유리병, 로봇 손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기계적인 공정의 모습이 나옵니다. 경쾌한 재즈 음악은 찢어지는 듯한 비인간적인 전자 합성음악이 등장합니다. 인간의 정성으로 유리를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기계가 천편일률적인 표준화된 대량생산 작업을 통해서 인간적인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기계적인 자동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돌아가던 유리병의 병목이 깨지자, 로보트 손은 잡을 곳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중단하여 뒤에서 따라오던 유리병들이 도미노처럼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며 깨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인간이라면 이러한 변칙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를 했을텐데, 기계는 이처럼 학습되지 않은 공정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계속 사고를 지속하는 것이지요. 인간이 하던 모든 것을 대체한 현대적인 산업 기계의 작업은 '인간의 정성과 감정 그리고 지혜'가 빠져 있습니다. 장송곡과 같은 불편한 합성음악과 감정이 없어진 기계의 작업은 예술에 있어서 "인간의 정성과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인간적인 따스한 감정이 들어 있는'예술과 기계의 차가움이 느껴지는 기술의 차이'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인간의 정성과 감정이 개입된 예술과 기계의 표준화된 작업을 대비시키며 영화는 인간적인 예술과 기계적인 기술의 차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예술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미래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베르트 한스트라 감독은 예술과 기술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한마디 대사나 해설 없이 관객들에게 아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말이 없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강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